Radeon VII [AMD | 2019]

2019년 1월 10일, CES 2019에서 공개된 18번째 라데온이자 첫 7nm 공정의 Vega GPU가 적용된 제품이 2월 7일에 출시되었다. 이 그래픽카드는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2080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약간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CES 2019에서 리사 수의 기조연설과 함께 공개된 시연에서는 레이 트레이싱과 DLSS 기능이 없는 점, RTX 2080과 비슷한 성능에 동일한 MSRP인 $699로 인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D가 다시 하이엔드 GPU 시장에서 경쟁자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반겼다. 특히 GTX 1080 Ti와 RTX 2080급 성능에서 선택지가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그 과정에서 젠슨 황과 리사 수는 카드 공개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완전히 새로운 GPU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2018년 11월에 발표된 Radeon Instinct MI50의 Vega 20 컷칩을 사용한 것이었다. 가격과 성능이 엔비디아 RTX 2080과 비슷하지만, 레이 트레이싱과 DLSS 기능이 없어서 사실상 2년 늦게 출시된 GTX 1080 Ti라는 평도 있었다. AMD는 원래 NAVI 이전에는 신제품이 없고, RX 590과 같은 리프레시 제품만 출시할 계획이었다. Vega 20의 가격 문제도 있었고, TSMC 7나노 공정의 약점 때문에 라이젠 3세대는 IO 다이를 분리했지만 Vega 20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다. HBM 16GB의 가격 문제를 감안하면, 나름 괜찮은 성능을 낸 수준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이 그래픽카드는 원래 Radeon Instinct MI50에만 쓰려던 GPU를 급하게 소비자용 제품으로 출시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평가했다.

 

그래픽 카드의 제원은 Vega 20 GPU를 사용하며, 공정은 7㎚, 면적은 331㎟, 클럭은 1400MHz(최대 1750MHz)로, 16GB의 HBM2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 소비 전력은 300W, 출고 가격은 $699였다. 이 그래픽 카드는 DirectX 12, OpenGL 4.6, Vulkan 1.2 등을 지원하며, PCIe 4.0 ×16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성능 면에서는 3DMARK 기준으로 RTX 2080보다 약간 낮은 점수를 기록했으나, GTX 1080 Ti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GTX 1080 Ti와 비교할 때, 라데온 VII의 장점은 4GB 더 많은 VRAM 용량이다. VRAM의 용량은 최근 4K 게이밍과 시각 효과에서 중요한 요소로, 앞으로 4K 게임에서 프레임 유지 능력에서 RTX 2080이나 GTX 1080 Ti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RX VEGA 64, 56의 HBCC가 뒤늦게 효과를 보고 있어, 미래에 VRAM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다른 제품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었다.

 

 

 

라데온 VII은 명목상 소비자용 및 게이밍용 그래픽 카드였지만, 전문가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이었다. AMD는 그래픽카드의 일부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잠금 해제하여 작업 분야에서 성능을 높였으며, 이를 통해 전문가용 제품군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라데온 VII은 RX 5000 시리즈가 출시된 후 단종되었다. 이 카드의 단종 이후에도 일부 재고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었고, 특히 2019년 9월 30일에 배포된 아드레날린 19.9.3 업데이트로 라데온 VII은 RIS(라데온 이미지 샤프닝)을 지원하게 되어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재평가되기도 했다. 이 그래픽 카드는 외관이 매우 예뻐서 성능보다는 디자인을 보고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라데온 VII은 채굴 성능이 뛰어나, 그래픽카드 채굴 대란 중에는 중고 가격이 출시 당시 가격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그래픽카드는 VRAM을 많이 사용하는 채굴 작업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발열 관리가 미흡하면 코드 43 오류와 함께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았다.